
히스톤(histone)은 진핵세포의 핵에 존재하는 구조 단백질로서, 실 같이 긴 DNA를 체계적으로 정렬하고 응축하는 일을 담당한다. 히스톤의 종류인 H2A, H2B, H3, H4는 두 개씩 모여 팔량체(octamer)를 만들며, 그 바깥쪽을 DNA가 감싸는 방식으로 염색질(chromatin)의 구조적 기본 단위인 뉴클레오좀(nucleosome)이 형성된다. 뉴클레오좀은 전자현미경 상에서 구슬처럼 보이며, 히스톤 H1과 연결(linker) DNA가 이들을 연결하고 있다 (1,2). 이 모습은 종종 구슬 목걸이(beads on a string)로 불리며, 핵 안에서 규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히고 꼬여서 상위 단계의 염색질 구조를 형성한다 (3).
히스톤 단백질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긴 길이의 DNA (사람의 경우 약 2 m)를 지름이 약 20–30 µm인 세포핵 안에 잘 정리하고 응축하여 보관하는 역할이다. 양전하를 띠는 히스톤 단백질은 정전기적 원리에 따라 음전하를 띠는 DNA와 결합하게 되고, 이렇게 형성된 뉴클레오좀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DNA를 높은 배율로 응축한다 (4). 두 번째는 아미노 말단(N-terminal)의 아미노산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형(histone modifications,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s)을 통해 DNA와의 결합력을 낮추거나, 그 변형을 인지하는 단백질들의 결합을 유도하는 것이다. 화학적 변형이 일어나는 아미노 말단 부분은 구형(globular)의 히스톤 단백질에서 바깥쪽으로 뻗어 나와 있으며 (5), 효모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아미노산 서열이 잘 보존되어 있다 (6).
히스톤의 화학적 변형이란 아세틸기(acetyl group), 메틸기(methyl group), 인산기(phosphate group) 같은 화학 그룹이 아미노 말단의 특정 아미노산에 공유결합 방식으로 부착되는 것으로, 각각 히스톤 아세틸화(acetylation), 메틸화(methylation), 인산화(phosphorylation)라고 부른다 (5-7). 이 변형들은 효소에 의해 가역적으로 일어나며, 화학 그룹을 첨가하는 효소들을 writers, 제거하는 효소들을 erasers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특정 도메인(domain)을 이용하여 히스톤 변형들을 인식하는 단백질들을 readers라고 부르는데, 염색질에 결합하는 많은 단백질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렇게 결합된 단백질은 염색질의 구조를 활성화시키거나 그 반대로 억제시키고, RNA 전사(transcription), DNA 복제(replication) 및 복구(repair) 과정에 관여하면서 세포의 분열 및 분화를 조절한다 (8-10).
여러 종류의 히스톤 변형 중 아세틸화는 세포의 많은 활동에 역동적이고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이미 1960년대의 한 연구에서 히스톤 아세틸화와 유전자 전사 사이의 관련성이 보고되었으며 (11),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본격적인 연구는 히스톤 아세틸화의 특징, 이 변형에 관여하는 효소, 히스톤 아세틸화의 역할, 그리고 질병과의 연관성 등을 설명해 왔다 (12-15). 특히 항체의 개발, 효소 억제제의 발견, 유전자 편집 기술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의 도입 등 다양한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적 연구 기법의 발전은 염색질 상태에서 특정 히스톤 단백질의 라이신 잔기(lysine residue, K)에 대한 아세틸화 여부를 찾아내고, 이를 유전체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16,17), 히스톤 아세틸화 관련 효소를 억제제나 유전자 편집 방법으로 조절하여 히스톤 아세틸화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였다 (18-20). 본 종설은 생화학과 분자생물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히스톤 아세틸화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생명과학 및 관련 분야 전공자들이 염색질 구조, 히스톤 변형, 후성유전학(epigenetics) 등을 이해하고 각자의 연구 분야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히스톤 아세틸화는 라이신 잔기에서 일어나는 공유 변형(covalent modification)의 한 종류로서, 아세틸-CoA (acetyl-CoA)에서 아세틸기를 얻어 라이신의 R 그룹(곁사슬) 말단에 부착하는 것이다 (21). 히스톤의 아미노 말단에는 여러 개의 라이신이 존재하며, 염색질 상태에서 대부분 아세틸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ig. 1) (8,21). 이 변형은 라이신의 양전하를 정전기적으로 중화시키고, 히스톤 단백질의 DNA 결합력을 약화시킨다. 염색질 상태에서 히스톤 아세틸화가 진행되면 조금 느슨하게 풀어진 구조, 즉 열린(open) 또는 활성(active) 구조가 만들어지며,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s), RNA 중합효소 II (RNA polymerase II), DNA 중합효소(DNA polymerase) 등 DNA에 결합하여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단백질의 접근이 쉬워진다 (Fig. 2) (22). 따라서 히스톤 아세틸화는 유전자 전사나 DNA 복구 같은 일들이 염색질 환경에서 원활히 수행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9,10).
아세틸화된 라이신은 브로모도메인(bromodomain)을 갖는 단백질에 의해 인지되어 이들이 염색질에 결합하는 것을 돕는다 (8). 브로모도메인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으며, GCN5, p300/CREB-binding protein-associated factor (PCAF), p300 같은 히스톤 아세틸화효소(histone acetyltransferases, HATs), SWI/SNF 같은 adenosine triphosphate (ATP) 의존적 염색질 리모델링 복합체(ATP-dependent chromatin remodeling complex)의 구성단위, ASH1나 MLL1/2 같은 히스톤 메틸화효소(histone methyltransferases), bromodomain and extraterminal domain (BET) 단백질, 보편전사인자(general transcription factor) TFIID의 구성단위인 TAF1 등 많은 단백질들에서 발견된다 (23). 이들 중에는 BET이나 TAF1처럼 두 개의 브로모도메인을 갖는 것들도 있으며, TAF1의 경우는 두 도메인이 히스톤 H4의 다섯 번째와 열두 번째 라이신의 아세틸화(H4K5ac와 H4K12ac)를 각각 인지하여 TFIID가 프로모터(promoters)의 TATA 염기서열에 결합하는 것을 돕는다 (24). 브로모도메인을 갖는 단백질들은 주로 염색질 구조 활성화와 유전자 전사에 기여하는데, 이는 전사 과정에서 히스톤 아세틸화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다 (8,9).
염색질 환경에서 일어나는 히스톤의 아세틸화는 히스톤 아세틸화효소에 의해 촉매된다 (Fig. 3A) (21). 이 효소들은 세포질에서 새로 합성된 히스톤을 아세틸화시키는 효소와 구별되며, 히스톤 아세틸화도메인(HAT domain) 이외에 브로모도메인을 갖는 경우가 많다 (23). 지금까지 여러 종류의 히스톤 아세틸화효소가 발견되었지만, 아세틸화시키는 라이신 잔기에 대한 특이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5). 즉, 한 종류의 효소가 여러 라이신 잔기의 아세틸화를 촉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염색질면역침강법(chromatin immunoprecipitation, ChIP) 실험을 통해 염색질 환경에서 아세틸화효소의 결합 부위를 분석해 보면 프로모터나 인핸서(enhancers) 같은 전사조절부위들(transcription regulatory elements)이 많이 발견되는데 (14), 이들 전사조절부위에 염기서열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전사인자들이 직접적인 결합을 통해 히스톤 아세틸화효소를 이끌어오는 것으로 보인다 (25,26). 아래는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과 구조에 따라 분류된 대표적인 아세틸화효소 그룹들이다.
GCN5-related
MYST라는 이름은 이 그룹에 포함된 아세틸화효소, MOZ, Ybf2/Sas3, Sas2와 Tip60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30). 효모와 사람에서 여러 종류의 효소가 발견되었으며 (28), 메틸화된 히스톤을 인지할 수 있는 크로모도메인(chromodomain)을 포함하는 것도 있다. GNAT 그룹의 효소들처럼 복합체 형태로 작용하며, 유전자 전사 이외에 DNA 복제나 복구 과정에서 히스톤 아세틸화를 담당한다 (31).
p300과 CREB-binding protein (CBP)은 매우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으며, 기능도 서로 보완적이라 하나의 단백질인 것처럼 p300/CBP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소개한 GNAT와 MYST 그룹의 효소들과 달리, p300/CBP는 복합체 형성 없이 단독으로 히스톤 아세틸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32). 크기도 300 kDa 이상으로 매우 크며, 브로모도메인, zinc finger domain, nuclear receptor interaction domain, CREB과 MYB에 결합하는 kinase-inducible domain 등 여러 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도메인들을 갖고 있다 (21,33). 특히 사람과 생쥐 같은 고등생물에서 인핸서와 프로모터의 히스톤 아세틸화가 p300/CBP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인핸서의 활성화와 유전자 전사를 촉진한다 (34).
히스톤 라이신의 아세틸기는 탈아세틸화효소(histone deacetylases, HDACs)에 의해 제거될 수 있다 (35). 지금까지 18종류의 탈아세틸화효소가 사람에서 발견되었으며(Fig. 3B), 이들은 아세틸화효소와 경쟁적으로 작용하면서 히스톤 아세틸화의 균형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 탈아세틸화효소는 히스톤뿐만 아니라 비히스톤 단백질의 라이신 잔기에서도 아세틸기를 제거하는데, 이 때문에 종종 라이신 탈아세틸화효소(lysine deacetylases, KDACs)로 불리기도 한다 (36).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는 효모에서 발견된 효소를 기준으로 아미노산 서열의 유사성 및 도메인 구성에 따라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35,37). 첫 번째 그룹 Class I은 4종류의 효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핵 안에서 히스톤 단백질과 전사인자 같은 비히스톤 단백질의 탈아세틸화를 모두 담당하며 모든 조직에서 발현된다. 두 번째 그룹 Class II에 포함된 6종류의 효소들은 조직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상황에 따라 핵과 세포질을 오가면서 기능을 수행한다. 세 번째 그룹 Class III에 포함된 7종류의 효소들은 촉매 과정에서 조효소(coenzyme)로 NAD+를 사용하는데, 이는 아연(Zn2+)을 사용하는 다른 세 그룹의 효소들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또한 구조적으로도 다르다. 그러나 이 효소들도 히스톤과 비히스톤 단백질 모두의 탈아세틸화를 담당하며 조직이나 세포의 상황에 따라 핵과 세포질을 오가며 기능을 수행한다. 네 번째 그룹 Class IV에는 조직특이적으로 발현되는 한 종류의 효소가 있는데, 이 효소는 나머지 그룹의 효소들과 구조적 유사성이 낮아서 따로 분류되었으며, 핵과 세포질 모두에서 발견되었다.
히스톤 단백질에서 아세틸화가 일어나는 라이신 잔기는 주로 아미노 말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아세틸화는 염색질 구조와 유전자 전사를 활성화시키는데 기여한다. 특히 히스톤 H3의 4, 9, 14, 27번 라이신 잔기의 아세틸화가 많이 연구되었으며, 특정 유전자 및 유전체 수준에서 이들 아세틸화의 분포와 역할들이 밝혀졌다.
히스톤 H3의 네 번째 라이신 잔기에서 일어나는 아세틸화, H3K4ac는 유전자의 전사시작부위(transcription start sites, TSSs)와 인핸서에서 많이 발견되며 (16,25), 유전체 수준의 분석은 H3K4ac 정도가 유전자 전사 정도에 비례함을 보여준다 (17). H3K4는 아세틸화뿐만 아니라 세 종류의 메틸화(H3K4me1, H3K4me2, H3K4me3)도 일어날 수 있는데, TSSs와 그 주변 지역에서 이 네 가지 변형들을 조사해 보면 분포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 수준은 상호간에 비례적으로 나타난다 (16). 따라서 이 변형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험적으로 H3K4를 표적으로 하는 아세틸화효소(p300)나 메틸화효소(MLL3/4)를 불활성화시키면 이 라이신의 아세틸화와 메틸화 수준이 함께 감소한다. 그리고 H3K4ac의 감소는 mRNA뿐만 아니라 인핸서 부분에서 전사되는 비암호화 RNA (enhancer RNA, eRNA) 전사도 감소시키며, 전사 과정에 이 히스톤 변형이 필요함을 나타낸다.
히스톤 H3K9ac도 유전자의 TSSs에서 높게 일어나는데, 이는 본격적인 전사에 앞서 전사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17,38,39). 전사가 시작될 때, TSSs 근처에서 RNA 중합효소 II의 일시 멈춤(pausing) 현상이 일어나면 H3K9ac가 super elongation complex의 결합을 유도하여 RNA 중합효소 II의 전사를 재개시킨다 (13). 또한, 근처에 존재하는 라이신 잔기인 H3K14에서 함께 아세틸화가 일어나면 보편전사인자인 TFIID의 프로모터 결합을 증가시킨다 (40). 이처럼 H3K9ac에 대한 연구는 H3K14ac와 함께 진행된 경우가 많은데, 하우스키핑(housekeeping)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있는 CpG 아일랜드에서 H3K9ac와 H3K14ac가 함께 관찰되며 (38,41), 배아줄기세포의 특징 중 하나인 bivalent 프로모터(활성 변형인 H3K4me3와 불활성 변형인 H3K27me3가 동시에 존재하며 유전자 전사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음)에서도 이 두 라이신 잔기의 아세틸화가 높은 수준으로 관찰된다 (38).
히스톤 H3K27ac도 활발히 전사되는 유전자의 TSSs에서 높게 일어난다 (42). 이에 더해 활성화된 인핸서에서도 H3K27ac가 높은 수준으로 관찰되며 인핸서의 표지자로 알려져 있다 (43). 인핸서의 H3K27ac를 위해 또 다른 인핸서 표지자인 H3K4me1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며, H3K4me1는 인핸서의 뉴클레오좀 구조 붕괴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19,44). 고등생물의 경우 인핸서의 H3K27ac는 주로 p300과 CBP에 의해 촉매 되는 것으로 생각되며, ChIP 실험을 통한 분석은 이 효소들이 인핸서 부분에 많이 결합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14,43). 유전자 편집 기법으로 p300의 HAT 도메인을 제거하면 단백질 발현은 안정적이지만 인핸서의 H3K27ac 수준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데 (19), 이 H3K27ac의 감소는 eRNA의 전사 감소로 이어지며 인핸서에서 H3K27ac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 때 H3K27ac는 브로모도메인을 가진 BRD4 단백질에 의해 인지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BRD4는 RNA 중합효소를 이끌어와서 eRNA 전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23,45,46).
염색질에서 히스톤 아세틸화가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과도한 유전자 전사나 반대로 전사 실패가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전사 조절 실패는 해당 유전자가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의 역할에 따라 발생이나 분화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세포의 대사 과정에 문제를 일으켜 질병을 초래할 수도 있다 (37,47). 대표적인 난치병 중의 하나인 암도 히스톤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아세틸화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 종양유전자(oncogenes)의 프로모터나 인핸서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과도한 아세틸화가 일어나거나 (48,49), 종양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s)의 탈아세틸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50,51). 비록 유전자의 전사가 한 가지 기작에 의해 조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히스톤 아세틸화 상태는 염색질 리모델링이나 입체구조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치므로 종양 관련 유전자의 전사 조절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52,53).
암세포에서 관찰되는 구체적인 예를 살펴보면, p21, p53 등 세포 분열을 억제하고 손상된 DNA의 복구를 담당하는 종양억제유전자에서 탈아세틸화가 진행되며, 이에 따른 염색질 구조의 불활성화, 그리고 전사 실패 등이 일어난다 (54,55). 또한, 염색체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여 세포의 죽음을 막는 telomerase 효소의 유전자가 암세포에서 과도하게 아세틸화 되어있으며, 이는 telomerase의 과발현을 초래한다 (56). 나아가 종양세포가 전이(metastasis) 능력을 얻는 과정인 epithelial to mesenchymal transition (EMT)에서 상피세포특이적 단백질인 E-cadherin의 발현이 감소하고, 중간엽세포특이적 단백질인 vimentin과 N-cadherin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하는데, 이때도 히스톤 아세틸화와 탈아세틸화가 이들 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한다 (57).
유전자 수준의 히스톤 아세틸화 변화뿐만 아니라 히스톤 아세틸화효소와 탈아세틸화효소의 돌연변이나 과발현도 암세포에서 종종 발견된다 (58). 아세틸화효소 중의 하나인 GCN5는 대장암, 폐암 등 대부분의 암에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발현되며, 암의 발생(tumorigenesis)과 진행(progression)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특히 Cyclin D1, Cyclin E1, E2F1처럼 세포주기 진행에 필요한 유전자의 히스톤 아세틸화를 유도함으로써 발현을 증가시킨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p300/CBP의 아세틸화 기능이 없어진 돌연변이가 발견되는데, 이는 히스톤 아세틸화를 통한 유전자 전사 활성화에 영향을 주기보다 비히스톤 단백질인 p53 같은 종양억제단백질의 아세틸화가 일어나지 못해서 암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54).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의 과발현도 유방암, 위암 등 많은 종류의 암에서 발견되며, 악성종양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9,60). 그러나 이와 반대로 탈아세틸화효소에 돌연변이가 일어났거나 발현이 감소한 암세포들도 있다 (61). 이렇게 상반된 현상들은 히스톤 아세틸화효소나 탈아세틸화효소가 특정 유전자가 아닌 여러 종류의 유전자나 인핸서에서 히스톤 아세틸화를 담당하고, 이와 더불어 전사인자 같은 비히스톤 단백질의 아세틸화도 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62). 현재 아세틸화효소나 탈아세틸화효소가 과발현되어 있는 암을 대상으로 억제제를 활용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63,64). 그러나 세포 안에는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종류의 효소가 있고, 각 효소의 표적 유전자나 단백질도 다양하며, 효소 억제제에 의한 1차적인 효과 이외에 2차, 3차적인 영향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효소의 기능 조절을 통한 암의 제어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며, 억제제의 기작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히스톤 아세틸화는 염색질 구조의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변형이며, 이 변형의 의미는 다른 종류의 히스톤 변형과 함께 히스톤 코드(histone code)라는 가설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6). 이는 다양한 종류의 히스톤 변형이 순차적으로 또는 여러 아미노산에서 조합으로 일어남으로써 코드를 형성하고, 이를 인지하는 단백질들을 불러오거나 히스톤의 DNA 결합 능력을 변화시켜 생명활동을 조절한다는 개념이다. 이렇게 히스톤 코드는 유전 코드(genetic code)의 잠재적 정보를 조절하고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의 도입으로 히스톤 변형이 유전체 수준에서 분석되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히스톤 변형의 분포, 다른 히스톤 변형과의 관계, 그리고 유전자 전사와의 관계 등이 연구되고 있다 (17). 그러나 히스톤 변형은 유전 코드처럼 단순하게 공식화하기 어렵고, 염색질의 환경이나 유전체 상의 위치에 따라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여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히스톤 아세틸화는 후성유전의 중요 조절 요소이다. 후성유전이란 유전형(genotype,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표현형(phenotype)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 요소, 현상들을 의미하며 이것들은 다음 세대로 유전되기도 한다 (65,66). 후성유전의 관점에서 같은 DNA 염기서열이라도 결합하고 있는 히스톤의 아세틸화 상태에 따라 전사, 복제, 복구 등의 일들이 다르게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성유전에는 DNA 메틸화, ATP 의존적 염색질 리모델링, 염색질 고리 형성(chromatin looping), 비암호 RNA (non-coding RNA) 등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지만 (67), 히스톤 아세틸화는 이 요소들의 조절에도 관여하며 후성유전 기작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종류의 히스톤 변형인 메틸화도 염색질 구조 및 유전자 전사 조절에 기여하지만, 이 변형은 라이신 잔기에 따라 상반된 역할을 한다 (17). 이에 반해 히스톤 아세틸화는 라이신 잔기에 상관없이 활성 상태의 염색질을 만드는데 기여하므로 그 역할을 이해하고 응용하는데 유리한 점이 있다. 따라서 히스톤 아세틸화의 역할 및 조절 기작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학문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또는 세포특이적으로 아세틸화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None.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This work was supported by a 2-year research grant of Pusan National University.
Conceptualization: KJS, AK. Funding acquisition: AK. Visualization: KJS, DL. Writing – original draft: KJS, AK. Writing - review and editing: KJS, AK.